파견법 8년, 무관심 속에 파괴되는 삶

전철연 | 2006.07.04 21:23 | 조회 6589
파견법 8년, 무관심 속에 파괴되는 삶


파견법이 시행된 지 7월 1일자로 8년째가 되었다. 98년 이후 언제나 2년에 한 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파견노동자들은 해고되었다. 2004년 3만5천 명의 파견노동자가 해고됐고, 2년이 지난 오늘 또 다시 6만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해고의 대상이 되었다. 언론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했듯이 방송사에서 파견으로 일하는 촬영보조 등의 노동자들은 6월 30일에 또다시 길거리로 내몰렸다.

그런데 세상은 잠잠하다. 2000년에 처음 파견노동자 대학살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파견법이 얼마나 나쁜 법’인지 이야기했고, 이 법안을 통과시킨 97년도 총파업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파견법을 빨리 철폐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미8년이 지난 누구도 파견법에 의해 희생된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삶의 무기력감에 쩌들어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파견노동자들도 투쟁하지 않는다. 2년 후에 해고될 것을 알고 들어간 직장이기에 짤려서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 직장 안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괴롭기는 하지만, 그저 순응한다. 2년밖에 못 다닐 직장에 미련을 갖지 않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되는대로 살아갈 뿐이다. 이렇게 파견법은 우리 앞에 안정화되었다. 이제는 파견이 일반적인 고용형태가 되었다. 바로 자본이 원하는 대로. 이것이 정말로 이상하고 비인간적인 고용형태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렇게 일상화된 것이다.

정부에서 비정규 노동법 개악을 통해서 노리는 것은 이렇게 비정규직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더 이상 안정적인 고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삶의 희망 자체를 버리고 떠도는 먼지처럼 살다가 죽기를 반복하라는 것, 더 이상 그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고, 자본이 가끔씩 던져주는 4대보험 인정이나 차별개선 등의 떡고물에 만족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지금 파견법 8년의 실상, 우리가 잊고 있었던 파견노동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지 못했을 때 우리가 경험하게 될 일상이다. 그런데 누가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를 짤라내고, 파견노동자를 확대하는 정부의 노동법 법안에 한 개라도 건질 것이 있다고 말하는가? 파견노동자들의 피눈물과 파괴된 삶이 우리 앞에 있는데 누가 그것을 수용하라고 말하는가?

과연 파견노동자들의 삶 자체는 일상화될 수 있을까? 그것을 그냥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2년마다 한번씩 옮겨다니면서 기간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구인구직란을 하염없이 뒤적이며 무거운 마음을 달래도, 형편없는 노동조건, 중간착취, 그리고 고용불안정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무게감이 되어서 짓누르는데 어떻게 죽을 때까지 이러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파견노동자는 사람이다. 노동하는 자로서의 존엄성, 미래의 삶에 대한 희망, 그리고 동료들과의 연대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이제는 그들이 소리를 내어 말하고 투쟁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하기에 결코 이러한 삶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모든 노동자들이 다시 ‘파견법 철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노동을 죽음의 고역으로 만들고 삶을 파괴하는 이와 같은 법안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해야 하지만, 그리고 기간제 노동자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만들려는 현재의 노동법 개악에 대해 완강하게 저지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파견법을 수용하지 않고, 파견제와 기간제 등을 일상적 고용형태로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철폐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노동하는 동안 그 지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2006년 7월 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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