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시장 강제 철거

14일 새벽 5시 30분경, 동작구 흑석시장(흑성3동 95번지 일대 1800평)에 대한 무자비한 강제철거가 자행돼 지역 내 영세상인들의 극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주거기본권확보와 영세상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동작구 공대위’(공대위)에 의하면, 이번 철거는 흑석시장 재개발조합(조합장 우길웅)이 철거용역 2백여 명(여성용역 50여 명 포함)을 동원해 강제철거에 나섰으며, 상인들을 내모는 과정에서 주로 부녀자와 노약자인 시장 세입자들이 자신들의 시장을 지키려 저항하자 용역들이 안경 낀 사람의 안면을 가격하고 부녀자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차 정삼례 씨를 비롯한 10여 명의 상인들이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공대위는 흑석시장재개발조합이 그동안 단 한번도 세입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지 않았다며 이번 강제철거로 인한 모든 사태의 책임이 조합 측에 있음을 강조했다.

15일 저녁에도 강제철거는 진행 중이었으며 이에 저항하는 영세상인들과 용역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기자와 만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산하 흑석시장세입자대책위(대책위) 남부영 부위원장은 14일 강제철거당시 용역들이 “70세 할머니를 무슨 박스 던지듯이 내던지질 않나, 쌍욕과 성추행을 다반사로 저질렀다”며 “세입자들의 상품이 자신들의 점포에 그대로 있지만 용역들이 가로막아 뺄 수도 없는 상태”라고 분노하면서 “지자체 선거 끝난 지 불과 2주도 안돼 기다렸다는 듯이 강제철거에 들어오는 게 어디 인간이 할 짓이냐”며 구의원이 된 현 조합장 우길웅 씨를 지목했다.

대책위 최귀혜 조직부장은 “기존의 200%였던 용적율이 재래시장특별법에 의해 480%가 되면서 25층짜리 주상복합을 짓는다고 하니 흑석시장이 투기꾼들의 서식처가 돼버렸다”고 말하고, 그들의 막대한 돈벌이를 위해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영세상인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라며 “30~40년을 이곳에서 장사해 온 사람들을 아무런 보장도 없이 나갈 수는 없는 일인 만큼 법이 정한대로 ‘가수용 임대상가’ 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정남(60대) 할머니가 펜스 내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여성용역 3명이 쌍욕을 하면서 할머니의 목 주위를 할퀴는 바람에 분노한 상인들에 맞서 용역들이 길을 차단한 채 대치했는데, 이때 몸싸움을 벌이던 중 마반정(62세) 할머니(현재 입원 중)등 두 부녀자가 실신해 119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펜스 내에 들어가 수색할 권한이 없다고 하자, 상인들은 경찰이 가해자인 용역을 보호하는 게 아니냐며 분노했다. 시장입구에서 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하교길의 여학생들은 용역들을 향해 “도덕도 안 배웠냐?” “사과해.. 사과해”라며 두 시간여 동안 상인들을 응원했다.

공대위는 "상가세입자 대책 없는 강제철거를 즉각 중단할 것"과 "노인과 부녀자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용역깡패는 물러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작구 공대위에는 전철연 흑석시장세입자대책위 및 상도5동철대위(가대위/세대위)를 비롯해 전국노점상연합동작지부, 중앙대학교총학생회, 숭실대학교총학생회, 민주노동당동작지역위, 민주노동당중앙대학생위원회, 민주노동당숭실대학생위원회,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